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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 멕시코를 알아보다 ...........펌

해 야! 2006. 5. 30. 08:01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5월 13일, 과달까사르 읍.


멕시코시에서 북쪽 고속도로로 대여섯 시간 떨어진 산 루이스 포토시 주에 속하는 조그마한 읍이다. 가는 길은 미국서부영화에서 낯이 익은 건조한 반 사막지대라 스쳐가는 들과 산에는 온통 야자선인장들과 메스끼떼스라 불리는 가시나무들만 무성하다. 하지만 길가엔 이 지역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의 가죽을 걸어놓고 팔고 있다. 방울뱀부터 살쾡이까지. 97년부터 이 지역은 자연보호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삶이 팍팍한 이곳 사람들은 농사로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팔고 있다.


메탈클래드 사건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 과달까사르 읍은 500년 전 스페인 선교사들이 들어와 마을 한가운데 성당을 짓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원주민들이 살았던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인구 1200명 남짓한 이 조그맣고 평화로운 마을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나프타를 체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나프타를 체결할 당시 3국은 수많은 조약을 맺었다. 그 중 11조항은 외국기업의 활동에 특혜를 주는 조항이다. 메탈클래드 사건은 이 11조항으로 멕시코에 불법적인 사업을 펼치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못하게 되자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월드뱅크 산하의 법정에서 승소하여 16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배상금을 챙긴 사건이다.


메탈클래드는 미국의 산업폐기물처리기업이다. 1993년부터 메탈클래드는 방사능 폐기물과 폭발성 화학물질, 병원폐기물 등 독성이 강한 산업쓰레기들을 이 마을에서 28km 떨어진 "라 페드레라" 라는 곳에 묻기 시작했다. 메탈클래드는 이곳을 필두로 멕시코의 4개 주 35지역에 산업폐기물을 묻을 계획이었다.

 

 

          메탈클래드가 묻어놓은 산업폐기물 처리장. 왼쪽 세곳의 둔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시골사람들은 처음엔 이 기업이 이곳에서 뭘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커다란 창고가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가 그 창고에 물건들을 잠시 보관했다가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시설을 짓게 되면 마을사람들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또 병원도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 메탈클래드는 연방정부에 의해 사업허가를, 주정부에 의해 토지사용권을 허락받았지만 뒤늦게 산업폐기물을 이곳에 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읍 정부는 사업장건축을 허가하지 않았다.


멕시코 법에 의하면 이 세 정부의 허가을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는데 메탈클래드는 이를 무시하고 폐기장을 만들었다. 그린피스의 활동으로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된 분노한 주민들은 시위에 나섰고 이미 묻어버린 세 곳의 산업폐기물들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주변마을을 덮쳤다. 기형아가 태어나고 사람들은 암으로 죽어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메탈클래드는 더 이상 산업폐기물들을 이곳에 버리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11조항에 따라 멕시코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승소했던 것이다.


하지만 과달까사르 읍은 어떤가. 1993년부터 2006년 동안 주변 마을에서는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43명, 무뇌아, 뇌수종, 다운증후군, 척추 병 등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가 21명이나 되었다. 한 달 동안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4명이나 된 적도 있었다. 대도시도 아니고 고작 인구 1200명의 작은 마을에서 말이다. 이미 독성은 지하수를 타고 주변마을로 퍼져나갔고 그 악영향은 지금 나타나고 있다. 현재도 암 환자가 4명이나 된다.

 

마을을 방문한 날 마을공원에서 온몸의 뼈가 녹아내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30살의 여성을 보았다. 정작 환자자신은 암인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평화롭기만 한 시골마을에 드리워진 죽음은 쉽게 걷어질 것 같지 않다. 나프타 11조항은 멕시코법보다 우위에서 멕시코주권을 유린하고 있는 하나의 예다.


5월 3일, 멕시코시 북부 에카테펙 구.


멕시코의 유명한 고대피라미드인 떼오띠와깐 유적지 가는 길. 길 양 옆 산등성이에는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달동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시 도시외곽에 위치한 이곳에 무조건 판자 집을 짓고 들어와 살았다. 이러한 곳을 사람들은 ‘인바시온invacion’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2년을 살다보면 그곳은 자신의 집이 된다.

 

이곳은 아직 변변한 상수도나 하수도가 없다. 전기는 들어오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전기를 ‘도둑질’ 해서 쓴다. 주변의 전신주에서 선하나 연결해서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이곳에는 공권력이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에까떼뻭 구는 인구가 300만에 이르는 멕시코 최대 구다. 하지만 치안부재로 늘 크고 작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멕시코시 도로에서 행상을 하거나 주변의 마낄라도라에서 일을 하고 있다.


5월 10일, 산타페.


멕시코시의 남서쪽에 위치한 신도시다. 멕시코시는 500년 전에는 호수였다. 스페인식민지를 지나며 호수 물을 빼고 매립하면서 오늘날 인구 2400만의 메트로폴리탄이 된 것이다. 따라서 도심지는 지반이 약한데다 잦은 지진으로 큰 빌딩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산타페는 이곳이 과연 멕시코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할 만큼 마천루의 빌딩들이 줄지어 서있다. 10여 년 전에는 쓰레기매립장이었다가 빈민촌이었다가 이제 화려한 변신을 한 셈이다.

 

 

                 산타페. 7년 전 만해도 보이지 않던 고층빌딩의 마천루

 

7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만해도 고급백화점이 몰려있는 부촌쯤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십 층의 고층빌딩들이 속속 올라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모습이 변하고 있다. 신도시 중심부에는 아름다운 야외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주변의 빌딩들에는 포드, HP, IBM, 크라이슬러 등 다국적기업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거리에는 고급자동차가 즐비하고 멋진 양복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우아한 식당과 고급 카페, 패션잡지에서 나온듯한 근사한 여성들은 또 다른 멕시코의 모습이다. 근처의 부지에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멋진 고층빌딩이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산타페는 멕시코의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가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현장이다.  

 

 

         산타페 신시가지의 중심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공원이 들어서 있다.

 

물론 이 모든 슬픈 현실의 저반에 나프타가 그 원인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12년 전, 멕시코정부가 야심 찬 포부로 제 3 세계를 탈피하여 선진국 대열로의 진입을 꿈꾸었다고 한다면 최근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7백만 명의 불법이민자들은 누구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당시 나프타를 체결했던 관리와 정부관계자들은 말한다. 멕시코는 나프타 이전에 비해 오늘날 대외수출과 교역량이 당시의 몇 배의 퍼센테지와 천문학적인 액수로 급증하였으며 실업자 수도 줄어가고 있다고. 다만 대를 위해 나타나는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그들은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멕시코의 국제적위상이 나프타 이후 매우 높아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착취에 가까운 저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외국으로부터 무관세로 들여온 원자재와 부품으로 조립만 해서 갖다 파는 하청기업으로 전락한 마낄라도라, 값싼 농산물수입이라는 폭격을 맞아 붕괴된 농촌, 쿼터제 폐지로 멕시코 영화 황금기를 아득한 옛일로 그리워하며 CF로 생계를 잇고 있는 영화감독들, 물밀 듯이 밀려들어온 패스트푸드로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비만 1위국으로의 진입을 앞둔 국민들, 자고 일어나면 더 늘어나있는 거리의 행상과 노점들, 길거리 아이들, 납치 1위국, 급증한 마약과 범죄. 이 모습들은 모두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눈을 크게 뜨고 봐야할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 사람들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낙천적인 기질마저 없었다면 언젠가 폭발할 일이다. 고층빌딩 사무실에 앉아 프레젠테이션의 수치에만 신뢰를 줄 일은 아닌 것이다.


멕시코를 비롯하여 이미 세계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한 노련한 선수인 미국과의 FTA를 피할 수 없다면 한국은 멕시코의 현실을 거울삼아 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조항의 문자하나 단어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해서 살펴가면서 체결해야 할 일이다. 조약은 양국간에 동등하게, 조약서도 영어와 한글로 작성할 것도 잊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오는 6월 4일 일요일 저녁 KBS 일요 스페셜에서 “NAFTA 12년, 멕시코의 교훈”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합니다. 촬영현장을 함께 다니며 목격한 참담한 멕시코의 또 다른 모습이 쉬이 잊혀지지 않아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