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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러 가는 섬, 흑산도와 홍도.......펌

해 야! 2006. 7. 10. 16:17
보러 가는 섬, 흑산도와 홍도

열 두 구비란 말이 실감이 날만큼, 구불구불한 산길이 한 눈에 든다. 흑산도 최고봉이라는 상라봉 정상, 섬 이름을 염두에 두며 짙푸른 바다를 내려보다가 바다 거죽이 검은빛으로 여겨질 즈음 방금 올라온 길로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풍경이다.

여행께나 다닌 이들은 흑산도의 이 고갯길을 충남 보은 속리산 관문인 ‘말티고개’ 축소판이라 여길 정도로 가파른데다가 구불구불하기까지 해 차도 여행객도 툴툴대며 힘겹게 올라오는 게 예사다. 그러나 막상 상라봉 정상에 다다르면 그런 불만쯤은 순식간에 쨍한 풍경에 묻히고 만다. 점점이 떠있는 흑산군도의 그럴듯한 풍광에 가슴속 저 밑바닥까지 켜켜이 쌓여있던 도시생활에서의 묵은 때까지 아울러 벗겨낼 수 있음에 이 섬을 찾은 이들에게는 필수 코스처럼 되어있기도 하다.

흑산도가 임자 섬인 흑산면(面)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신안군에서도 섬이 가장 많기로 손꼽히는데, 그래 얻은 게 ‘신안군 제 1번지’라는 별명이다. 흑산도를 앞세운 열 한 개의 사람 사는 섬과 여든 아홉 개나 되는 무인도 들 해서 섬이 딱 백 개라는데, 그 전체가 다도해국립공원에 들어있을 만큼 어느 섬 하나 아름답다는 말을 듣지 않는 데가 없다니 그 ‘1번지’라는 별명이 제대로 어울린다 하겠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뱃길로 93킬로미터가 채 못되는 이 흑산도를 처음 터전으로 삼은 이들에 대한 기록은 지난 828년(신라 덕흥왕 3년)에 장보고 장군이 청해진을 설치하고 흑산도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당나라와 교역할 때쯤이라던가. 학자에 따라서는 이 섬 곳곳에서 발견되는 신석기 시대 토기 등으로 하여 실제 입도 시기는 그 훨씬 이전일 것이라 짐작을 하기도 한다했다.

한편,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흑산도는 여느 섬처럼 평지가 드물다. 더불어 그 연안은 굴곡이 심해 흑산면 행정의 중심지 노릇을 하는 진리와 상업, 관광의 중심지라 할 예리를 빼놓고는 온통 단애절벽 천지라 해도 무리가 없으니.


 

이런 흑산도에 사람이 넘쳐날 때는 연중 서너 차례쯤. 거개가 피서철 아니면 태풍 때라 하겠다. 그 어느 쪽이건 외지인의 숫자가 섬 인구를 웃도는 게 예사고, 섬 구경 차 들렀던 여행객들이나 마침 곁을 지나가다 태풍에 높아진 파도를 피해온 뱃사람들은 흑산도에 대한 추억을 몇 개쯤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어느 섬 마을이라고 기후가 사람 살기 딱 맞을까마는 흑산도 역시 강우량이 넉넉하지 못한데, 섬사람들이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흑산도 주변 바다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황금어장이란 것. 한때는 ‘그 맛있다’는 홍어가 넘쳐 났고, 지금은 온갖 활어가 많이 잡히니, 섬살이에 큰 아쉬움을 모른다는 얘기다.

섬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여행객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까닭’은 흑산도를 흑산도답게 만들어주는 그 홍어가 넉넉하게 나지 않는 까닭이겠다. 특히 남정네들의 경우에 그런 마음이 더할 터인데, 나이 지긋한 이들이면 너나 없이 기억에 떠오를 ‘홍탁’ 혹은 ‘홍탁삼합’ 탓이다. 최근 들어 ‘홍어 이름 값 정도’ 할 양은 잡힌다지만, 주머니 넉넉한 이들이나 호사를 하는 것은 여전하니 더욱 그렇다. 잔칫상에 소 한 마리 대신 홍어 네 마리를 올린다는 남도 사람들의 상차림은 어찌할까나.


 


홍어잡이에서 손을 털기는 홍도 어부들도 매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흑산 어부들이 홍어 주낙 대신 그물을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가는 반면, 홍어잡이를 포기한 홍도 어부들은 아예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놀이배’ 선장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랄까. 다행히 홍도는 자연이 내린 본디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음에 그 선장노릇도 할만한 모양이었다.


힘들게 찾아온 겨울 섬 여행객들이 주목하는 홍도의 으뜸 풍경은 힘차게 떠올랐던 태양이 하루의 노고를 뒤로하고 다시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 온 섬이 붉은 색으로 물드는 게 그 풍경인데, 이로 하여 섬 이름 앞에 ‘붉을 홍(紅)자’를 붙이게 되었다는 게 섬사람들의 설명이기도 하다.


높다싶은 산언덕 배기에서 조감하면 창파 위에 누에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홍도에는 목포를 출발, 비금과 도초도 그리고, 흑산도를 들렸던 여객선이 닿는 홍도1구(대밭목)와 홍도2구(대풍리, 대푸미) 등 두 개의 마을에만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 옛날 두 마을을 오가자면 바람에 의지한 뱃길로 가는 시간이나, 산을 타고 걸어가는 시간이나 한시간 반쯤 걸려 서로 엇비슷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운동 삼아 산길을 택하는 이들을 빼고는 수시로 운행하면서 두 마을을 15분만에 왕복하는 사선(私船)을 이용하는 게 예사란다.


한편, 흔히 하는 얘기로, ‘흑산도 구경은 걸어서 10리요, 홍도 구경은 뱃길로 10리'라는 말이 있다. 물론 실제 도보로 흑산도를 일주하자면 10리가 훨씬 넘겠으되, 그 해안선 길이가 42킬로미터쯤 된다하니, 환산해서 그렇다는 얘기일 것이요, 홍도는 그 품안에 온갖 모양새의 여(작은 바위 섬)가 많다보니 배를 타고 돌자면 또 그쯤은 된다는 얘기겠다. 더불어 ‘흑산 33경’ 중 반 이상이 땅을 딛고 내려다보아야 하는 반면, ‘홍도 33경’은 오로지 배를 타고 나가 바다 위에서 건너다보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이 유람선을 타면, 선장은 시계방향으로 뱃머리를 잡으면서 저마다 다른 모양새로 바다 위에 떠있는 바위섬이며 동굴들에 딸린 섬으로 안내하면서 그에 딸린 전설이며, 사진을 찍을 위치를 알려주기도 한다. 33경 중 여객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바로 홍도 제2경인 '남문바위' 일대.


바위섬의 휘어진 뿌리가 바다 속으로 드리워져 있고 그 가운데께 웬만한 크기의 어선이 드나들 수 있을만한 구멍이 뚫려있어 보기에 단조롭지 않은 이 남문바위는 홍도에 처음 발을 디딘 이들도 낯 익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온갖 관광 홍보물이며, 특히 한동안 각 방송사에서 방송을 시작할 때와 끝마칠 때 내보내던 애국가의 바탕 화면으로 쓰여 왔음이다.


청정해역과 어우러지면서 자연이 연출하는 홍도33경은 그 어느 하나 섣불리 볼 게 없을 만큼 제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관광선 선장이 때로는 왼 것처럼, 때로는 즉흥적으로 엮어내는 전설에 귀를 맡기고 돌다보면 그대로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터이고, 그렇게 두 시간 뒤 유람선에서 내릴 즈음이면 모두들 ‘홍도 박사’가 되어 배에서 내릴 것이다.

이렇게 오전에 해상 유람을 끝낸 이들 중 부지런한 여행객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홍도 트레킹에 나선다. 홍도 트레킹의 출발점이 되는 곳은 홍도1구. 홍도1구에서 2구를 향해 걸어서 홍도를 즐긴다는 얘기다. 산길을 타고 걷다보면, 섬 곳곳을 삶터로 잡고 아롱다롱 뿌리내린 풍란이며,

깎아지른 해벽 한 귀퉁이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를 내린 해송을 만날 수 있어 좋고, 흰동백에 후박나무며 잣나무 같은 예사롭지 않은 식물들을 바로 곁에서 접할 수 있어 특이한 경험으로 남을 터인데, 이들은 홍도 전체와 더불어 지난 1965년에 천연기념물 제 170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마침내 홍도2구에 이르면 먼저 등대를 찾아가는 게 순서. 등대를 향해 가는 길에 내려다보는 해안 경치도 그만이려니와 일단 등대에 오른 뒤 주변 바다를 둘러보면 다시 한번 홍도에 반하게 된다. 때로는 홍도 2구에서 여장을 풀고 하룻밤을 보내도 좋겠다. 등대에서 보는 일몰만 해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점점이 박힌 바위섬들 사이로 서서히 내려앉는 모습에 반한 사진가들이 영화를 찍듯이 셔터를 연방 눌러대는 홍도 낙조는 하늘과 주변 바다의 색깔이 오묘하게 변화하는 게 특징이니 직접 가보고 눈에, 가슴에 담아올 일이다.


흑산별미 홍어회 이야기
 몸집이 작은 듯하고, 코 언저리가 불그죽죽하며, 썰었을 때 살결이 올록볼록하면서도 연분홍색을 띠는 흑산도 홍어는 아무리 많다싶게 먹었어도 속탈이 나지 않는다 했다. 감기 따위로 목구멍 속이 답답할 때 제대로 삭힌 홍어 한 점을 입에 넣으면 박하사탕 못지않게 속이 시원해진다는 게 남도 사람들의 홍어 평.

삭힌 홍어는 홍어 제철에 갓 잡은 싱싱한 놈만을 추려 껍질에 있는 ‘꼽’과 물기를 없이한 뒤에, 항아리 속에 짚, 홍어, 짚, 홍어 하는 식으로 켜켜이 쌓아 따듯한 곳에 며칠쯤 둔다. 이렇게 부러 썩혔다가 잔칫날에 맞추어서 상에 올린다는데. 이를 처음 대하는 이들은 그 묘한 냄새에 외면하기 일쑤. 반면, 일단 홍어회에 맛을 들인 뒤에는 다른 회는 눈에 들지도 않는다는 게 남도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에는 포클랜드며 호주산 홍어가 껍질까지 벗은 멀끔한 모양으로 저잣거리에 풀리면서 이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버려놓고 있는데, 서울에서 진짜 흑산도 홍어회를 맛보려면 장안평 흑산도수협 서울회센터(02-2217-8244)에 가면 되는데, 먼저 전화로 '흑산홍어' 유무 확인을 한 뒤 찾아가면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흑산도와 홍도로 가는 뱃길

두 섬 모두 목포항에서 출항하는 쾌속선을 이용하면 된다. 섬 여행의 기본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출항시간 확인.
목포항 여객선 터미널 : 061-243-0116~7
흑산항 여객선 터미널 : 061-275-9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