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문화

[스크랩] 화장실 속에서 변신하는 이란 여성들

해 야! 2007. 5. 14. 08:14
 

‘강력한 신정(神政)국가’로 불리는 이란의 실제 모습은 달랐다. 수도 테헤란의 거리나 사람들의 모습에 종교는 최소한 지켜야할 가치와 예절로만 남아있다. 1400여 년 전 도래한 이슬람이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 이전 페르시아의 찬란하고 자유로운 문명을 빼닮고 있다. 이란인들의 자유로움은 여성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두바이에서 테헤란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라는 기내방송이 나오자마자 부산한 움직임이 일었다. 내 옆에 앉아있던 한 ‘서양 여성’은 가방에서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화장실로 급히 향했다. 비행기가 착륙 준비를 시작하자 화장실마다 여성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잠시 후 옆좌석 여성은 미니 스커트 대신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자리에 앉더니 스카프를 꺼내 머리에 얹었다. “이란에서는 이렇게 해요.” 그는 놀라 쳐다보는 내게 겸연쩍은 듯 말했다. 네다라는 이름의 테헤란 대학 여학생이었다. 비행 두 시간 내내 서양 여성인 줄로만 알았다. 머리카락도 금발로 염색했고, 짧은 치마에 반소매 블라우스 등등.

 
기내에서는 대부분 머리카락을 드러내고 있던 여성들이 이란 땅에 도착하자 모두 머리에 히잡을 썼다. 그러나 다른 중동권의 히잡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색깔도 다양하고 소재도 천차만별이다. 스카프를 쓴 여성도 있지만 날씨를 고려해 버버리 머플러를 쓴 사람들도 있다. 히잡은 보통 머리카락 전체를 가리는 것이지만 대부분 여성은 앞머리 혹은 머리의 반만 덮어썼다. 히잡만으로 비교한다면 이란의 이슬람 여성 복장은 중동국가 중 가장 개방적이다.
 

“코란에는 남성을 유혹하는 부분을 가리라고만 돼 있지요. 머리카락 전체를 가리라는 말은 없습니다.” 테헤란 시내의 번화가 발리야스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직장 여성 파트마는 말했다. 머리 앞 부분은 오드리 햅번처럼 웨이브를 넣어 말아 올리고 염색을 한 파트마의 히잡은 머리의 반도 채 가리지 않았다. 담배를 피고 남녀가 나란히 앉아 손을 잡고 속삭이기도 한다. 거리 곳곳에도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는 젊은 남녀로 가득하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걸프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정교일치의 이란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시내를 활보하는 젊은 여성들의 패션은 딱 달라붙는 바지에 염색한 머리를 일부 드러내는 것이다. ‘아리안 족’의 혈통을 이어받아 하얀 피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이란 여성은 매혹적이다. 맨발을 드러낸 하이 힐에 몸의 곡선을 드러낸 옷 매무새는 비교적 개방적이라는 이집트 여성보다 더 자유롭다. 혁명 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 그리고 현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의 거대한 초상화가 거리 건물 곳곳에 장식하고 있지만 눈만 내놓는 ‘니캅’을 쓴 여성은 4일 체류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마무드 아마니네자드 정부가 ‘이슬람 복장 패션쇼’를 매년 여러 차례 개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 여성의 복장을 받아들이는 남성들의 시각에도 있다. “페르시아는 아라비아 반도의 베두인 문화가 아닙니다”라고 시내 여성복 전문가게의 주인은 말했다. 그는 “이란은 만년설에 쌓인 산이 있는 나라”라며 “4 계절이 있는 만큼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가진 것이 우리의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엄격한 히잡을 강요하는 것은 아랍 베두인의 가부장적 전통이지 이슬람의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란인들은 아직도 아랍, 몽골, 튀르크 등의 수없는 외침과 정복을 받았지만 페르시아 언어와 문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다. 중동에서 처음으로 신정일치의 이슬람 공화제를 혁명으로 성공했다는 종교적 자부심도 있지만 고대 문명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약 200여 년 전 카자르 왕조가 건설한 시내의 골레스탄 왕궁 벽의 타일 모자이크에는 가슴을 드러낸 전라의 여성 문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이슬람 중동권에서는 1400여 년 전부터 여성은 물론 남성도 ‘우상숭배’를 막는다는 이유로 예술의 대상이 되지 않아왔다.
출처 : 007NIS
글쓴이 : CIA bear 허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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